6월 항쟁, 20년 후, 그리고 나의 소고
etc / 2007.06.11 05:46
1987년 6월 10일. 나는 그저 막 국민학교(내가 다니던 시절은 초등학교가 아니었다)를 졸업하
1998년,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냥 큰 생각도 큰 고민도 없이...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학생도 아니었던 것같고, 그렇다고 연애를 열심히 한 것같지도 않다. 그냥 그럭저럭 너무 무료한 시간을 보냈던 것같다. 그리고는 벌써 지금 이 나이 이런 자리에 내가 있게 되었다.
다시 2007년 6월 10일. 지금은 잠시 한국을 떠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라는 말들이 있다. 그럼에도 내 생각에 나는 투사와 같은 애국자도 헌신적인 하얀 천사같은 애국자도 아니다. 하지만 6월 항쟁 이후에 몇번의 큰 이슈로 인해서 더욱 발전했어야 할 우리 사회가, 그리고 그 항쟁으로 인해 얻은 정치적 민주화가 사회적 민주화로 이루어지지 못한 불합리와 부조리가 더없이 안타깝게 느껴지게 된다. 반성없는 언론 권령의 행포, 이제는 너무 깊어 아파도 빼내지 못하는 일제 멍애의 짐, 더 없이 가벼워져버린 아이돌 스타 정치인들. 아직도 우리는 충분히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토록 치열했던 그 시절 투사들의 모습이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더욱더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 골목의 어딘가
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는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 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