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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3.03 글쓰기. - 사이버 공간의 특성 (4)

왠지 낯익은 듯한 어느 한 포스팅의 제목을 이올린에서 보게 되었다. miracler님의 "인터넷 시대의 배설적 글쓰기"라는 글이었다. 이에 문득문득 이런 문제에 대해서 떠올렸던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차적으로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이라는 대전제하에 절대 평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나는 그 절대 평등의 공간은 사실 인간들이 꿈꾸던 이상적 공간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현실적 증거로서 뉴스 클립들에 나타나는 악플과, 이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명제 실시가 있겠다.

자기 생각을 글로서 쉽게 쓰고 쉽게 전파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고스란히 인간의 정서적 그리고 지적인 충족감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정서적 그리고 지적 빈곤함만을 더 적날하게 비추어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쉬운 도구적 발달이 인간을 위로해주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이는 휴대폰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의 엄청난 발전으로 사람들 사이의 링크는 더 많아지고 쉬워졌으나, 오히려 기술속의 실존적 고독은 더 깊어져버리고 있는 현상, 싸이의 광적인 열풍속에 소위 1촌은 엄청 많으면서도 오히려 사람을 직접 만나기 보다는 모니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최첨단 외로움에 익숙해져 버리는 많은 네티즌들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때 아바타 열풍과 역시 싸이의 미니미 꾸미기에 엄청난 노력의 열풍을 봤을 때에 사실 미니홈피 꾸미기에 들어가는 돈은 그닥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더이상 인간으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없어 사이버상의 정신분열적/자아분열적인 거울 속의 나를 만들고 그 또다른 나로부터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드러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대략 몇해전인가 읽으며 많이 공감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글이 있다. 인터넷 글쓰기와 화장실 낙서를 비교하며 쓴 글인데 위 miracer님의 포스트도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는 논의같다.

어쨋든 나름 최첨단 과학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지인들에게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지 과학 발전에 대해서는 오히려 회의적이라고 했던 내 말에 변명거리로 쓰이던 내용과 얼추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인간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인간 자체이고 기술과 도구는 철저하게 기술과 도구로서만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적지 않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글쓰기에 대해 경제적 가치는 부여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며 헛된 희망과 덧칠은 그만두고 글 하나를 쓰더라도 말줄임표를 덜 써가며, 문장 하나를 쓰더라도 내 머릿속 생각들이 묻어날 수 있도록 좀 더 길게 써가고, 강렬한 몇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대신할 수 있는 멋진 글쓰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옛말이 있다. 즉,

글쓰기는 타자를 치는 것도 펜대를 굴리는 것도 아니다. 생각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네티즌이 이와 같기를 허황되게 바라는 것은 아니고, 분명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 지적 배설가들이 적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다.

에필로그. 이 글을 급작스럽게 쓰다보니대학 초년 시절 몇년간 몸담았던 철학 써클에서 선배들의 강요로 읽었던 "삶읽기 글읽기"라는 3권짜리 시리즈 책이 생각났다. 당시에는 뭐 이런 재미없는 책을 읽으라는 것일까 싶었지만 나중엔 나름 글쓰기/글읽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줬던 책이다. 아직 집에 있기는 한데 내 사는 곳으로 가져오질 못해 아쉬운 생각이 든다.

Posted by All That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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