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개화국민학교를 다니던 (내가 다니던 시절은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다) 시절에
우리반에 최xx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학교 뒷산 중턱쯤에 있던 고아원에서 다니던 친구다.
(아직도 이 친구의 이름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 검색이라는게 워낙에 무서운 것이라서 말이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니 그 이후에도 그런 편이었지만,
나는 나름 친구들이 많은 편이었다. 다양한 친구들이랑 그닥 모나지 않게 잘 지냈던 것같다.
내 기억속 바로 그날이다.
그 친구가 고아원의 많은 형,누나, 친구, 동생들...
그들이 형제로 여기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이차가 꽤 많이 나는 동생 하나만 있는 나에게는
항상 엠티같은 분위기의 그곳 생활에 대한 얘기가 재밌게만 들렸다.
많은 형제들 덕분에 숙제도 쉽게 하고,
아무 놀이나 사람수 맞춰서 놀 수가 있기도 했고...
그리고 물론 엄마 아빠(?)도 무척 많고 자상하기만 하셨단다.
장난감은 거의 매달 새것들이 생기고,
재밌고 멋진 형아 누나들이 매달 놀러와서 놀아주기도 했고...
난 어릴 적부터 남들 얘기에 추임새를 잘 넣었는지,
내 맞장구에 그 친구도 신나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부러운 생각도 일편 들어서 "좋겠다~"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그때 그 친구가 나에게 갑자기 이렇게 짧은 한마디를 했다.
"그럼 나랑 엄마 아빠 바꿀래?"
친구의 이 한마디는 내가 당황했던 그때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여운이 진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악의 없는 내 한마디, 공감간다고 생각하며 맞장구쳐주었던 그 한마디가
그 친구에게는 의례 그저 그런 한마디들중에 하나였을 뿐이었을 것이고,
아무리 공감을 하려해도 공감을 나눌 수 없다는 또한번의 증거였을 것이고,
정작 당사자는 그렇게도 원치않는 위로였을 것이며,
그렇다면 어쩌면 더 큰 상처까지도 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말이란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같다.
물론 항상 조심해하며 조바심내듯 눈치보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 수록 사람이란
점점 줄어가는 내 미래에 대한 미련과
그동안 누적되어 얽혀온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들까지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아지기에...
게다가 화자와 청자간의 각기 처한 상황,
둘간의 관계
그리고 혹시 보고 듣고 있을 주변의 제 3자까지...
말한 사람의 의도가 어쨋든간에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서로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나 눈물을 지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필로그 열기
- 불조심 계절에 말조심 글을 썼군요. :) 워낙에 흉가가 된 곳이라 오히려 더 편해진 마음으로 이런저런 글들을 써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무단복제해가셔도 되지만, 댓글 하나는 남겨주세요.
- 비가 온 후 하늘도 맑게 개이고 바람도 가을다운 너무 멋진 어느 토요일, 오피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