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도 '섹스 이야기' 한다.
어디선가 읽은 내용에서 엄청난 인터넷의 발달은 결국 "포르노"가 이끌고 있다는 기사- 트래픽 조사를 통한 연구에서- 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삶을 지배하는 현재에,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넘쳐나기만 하고 있는 현재에, 주요하지만 가볍게 치부되어 버린 "섹스"에 대한 담론을 지식인의 책임감으로 가볍지 않게 서술한 책인 것같다. (결국 아직 읽지 못했다는 말 -,.-) 한국이었으면 한번쯤 서점에 가서 샀을 것같다.
雜談 2007/03/22 11:37 마하라자
A "여자가 딜도를 사용해서 하는 항문성교를 즐기는가?"
B "아주 많이. 내겐 색다른 질문이다. 남색과는 아무 관계없다."
C "나는 결코 비역질을 한 적이 없다. 그런 일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에로틱한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만 허용할 수 있다."
D "내겐 그 질문이 완전히 미친 것처럼 보인다."
시정잡배들의 술자리 음담패설을 옮긴 거냐고? 천만에다. 한 시대의 사상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주도했던 철학자들의 방담에서 인용한 대목이다. 이토록 발칙한(?) 이야기가 오간 시대와 논쟁적 방담에 참여했던 철학자들이 누구냐는 물음이 이어질 듯하다.
<섹스 토킹>에는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을 근간으로 세계를 해석하려 했던 철학자 40여명이 12차례 걸쳐 나눈 솔직하고 전위적인 성담론이 실렸다. 책은 이들의 이야기를 더하고 뺌 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 위의 인용문과 똑같은 형식이다.
이 '성 방담'에 참여한 40여명의 면면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아버지의 무릎을 꺾고 목을 자르자"라는 말로 권위적 기존질서에 저항한 '초현실주의의 거두' 앙드레 브르통, 시 '자유'와 레지스탕스 경력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폴 엘뤼아르, 명민한 초현실주의 시인에서 소비에트 전당대회 참석 후 전투적 리얼리스트로 존재를 전이한 루이 아라공, 여기에 자크 프레베르와 화가 막스 에른스트까지.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섹스'만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하고 책을 펴든다면 실망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독자도 없겠지만.
당대의 젊은 석학이었던 이들은 성(性)을 매개로 자신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펼치는 것으로까지 논의를 확장하고, 방담이 진행된 시기(1920년대 후반~1930년대 초반)를 상기시키듯 그 유명한 '초현실주의 - 다다이즘 논쟁'도 보여준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미 80년 전에 기록된 것임에도 이들이 논쟁하고 개진하는 동성애에 관한 견해, 이성적 사랑과 감성적 욕망에 대한 입장정리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아도 전혀 낡지 않았다. 아니 외려 전위적이다. "철학자들은 한 세기를 앞서 살아간다"는 진술이 힘을 얻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지.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 우리는 '사실주의 해석'을 둘러싼 '브레히트 - 루카치 논쟁'과 카뮈와 사르트르를 결별하게 만든 '공산주의에 관한 태도 논쟁'에 열광했다.
<섹스 토킹> 역시 마찬가지다. 성을 통해 성 이외의 것들을 찾아가는 초현실주의 철학자들의 논쟁은 향후 100년이 지나도 그 문제성과 논란을 부르는 힘이 여전할 것이고 그 힘으로 보통 사람들을 열광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섹스 토킹>은 1990년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에 의해 초판이 발간됐고, 니브 캠벨과 줄리 델피가 출연한 영화 <인베스티게이팅 섹스>의 원작이기도 하다.
물고 빨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게 섹스의 전부인 줄 아는 촌스런 애들에게 권한다.